거북섬이 ‘꿈의 도시’가 되려면
웨이브파크 하나의 도시에서, 365일 사람이 머물고 소비하는 해양문화도시로
우산 쓴 고양이 놀스테이(NOLSTAY·구 모텔사랑) 대표 이길원
거북섬을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됐다.
나는 거북섬이 허허벌판에서 첫삽을 뜰 때부터 그 발전의 모습을 보았다. 그 곳에 첫 건물이 들어선 모습도 눈에 선하다.
2019년 거북섬에 제일 처음 신축된 건물과 거북섬 모습/놀스테이NOLSTAY
그때는 나도 거북섬을 의심했다.
과연 웨이브 파크 하나로 이 프로젝트 인공도시가 전국의 흥행을 선도하는 도시로 발전할 수 있을까?
웨이브 파크가 겉모습이 드러나고, 생활형 숙박시설 200실, 300실이 객실당 3억-6억에 완판 분양되는 것을 보면서 진짜로 서울 수도권의 '꿈의 도시'가 되려나보다라고 감탄했다.
일반 숙박시설도 한개, 두개 자리를 잡아갔다. 아파트도 분양이 지지부진하였지만 완판되었다. 유튜버들이 너도나도 비어 있는 상가만을 찍어대며 거북섬의 몰락을 언급한다.
서울 수도권의 실패한 '꿈의 도시' 의 상징적인 개발사업이 되려고 한다. 인근 반달섬과 함께. 그러나 거북섬은 인근 '반달섬'의 개발과 위치의 잇점에서 확연하게 다르다.
경기도 시흥시 거북섬은 '해양문화관광지의 꿈의 도시'로 태어났다. 아직은 침체되어 있지만.
나는 거북섬을 실패한 도시라고 단정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너무 좋은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 아직 그 자원을 돈과 사람과 체류시간으로 연결하지 못한 도시에 가깝다고 본다.
거북섬에는 바다가 있다. 시화호가 있고, 수변 산책공간이 있고, 웨이브파크가 있으며, 마리나와 해양레저 인프라가 들어서고 있다. 숙박시설도 상당한 규모로 공급됐다.
2026년에는 세계서프리그(WSL) 시흥 코리아 오픈이 웨이브파크에서 열렸고, 16개국 164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거북섬이 국제적인 해양레저 콘텐츠를 만들어낼 잠재력 자체는 분명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도시의 경쟁력은 시설의 숫자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이 왜 와야 하는가, 얼마나 머무는가, 어디에서 돈을 쓰는가, 다시 올 이유가 있는가.
이 네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거북섬이 정말 ‘꿈의 도시’가 되려면 개발의 관점을 공급에서 운영으로 바꿔야 한다.
1. 첫째 — “웨이브파크를 버려라”
물론 정말 웨이브파크를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거북섬=웨이브파크’라는 단일 콘텐츠 의존에서 벗어나자는 뜻이다.
웨이브파크는 훌륭한 앵커시설이다. 그러나 도시 전체가 하나의 시설만 바라보고 있어서는 상권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서핑을 하지 않는 사람은 왜 거북섬에 와야 하는가?
겨울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비가 오면 무엇을 할 것인가?
50대 부부와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은 어디에서 시간을 보낼 것인가?
저녁 9시 이후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시흥시도 해양레저 중심의 관광 콘텐츠를 실내 관람·가족 체험·체류형 관광으로 넓히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아쿠아리움, 아쿠아펫랜드, 수변 상권, 해양레저시설 등을 연결하려는 구상도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웨이브파크는 거북섬의 전부가 아니라 첫 번째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
웨이브파크를 보고 들어온 사람이 카페에 가고, 저녁을 먹고, 야경을 보고, 공연을 즐기고, 숙박하고, 다음 날 브런치를 먹은 뒤 마리나와 오이도를 돌아보게 만들어야 한다.
도시의 성패는 입장객 수보다 체류시간×객단가×재방문율에서 결정된다.
서핑족들이 모여드는 명소 중 하나일 뿐이어야 한다.
웨이브파크는 거북섬을 즐기는 인프라 중 하나일뿐 이어야 한다.
2. 둘째 —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관광도시는 아무리 아름다워도 가기 불편하면 반복 방문이 어렵다.
거북섬은 수도권에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철도역에서 내려 바로 관광이 시작되는 구조가 아니다.
실제로 2026년에는 오이도역· 정왕역과 거북섬 등을 연결하자는 자율형 트램 주민제안까지 등장했다.
해당 제안은 장기 검토과제로 분류돼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거북섬의 접근성이 지역사회에서도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은 읽을 수 있다.
대규모 철도나 트램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그 전에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오이도역· 정왕역–거북섬 순환 셔틀이다.
주말과 휴일에는 10~15분 간격으로 운영하고, 웨이브파크·마리나·숙박시설·주요 상가·행사장을 순환시킬 수 있다.
여름에는 관광셔틀, 겨울에는 야경셔틀, 축제 때는 심야셔틀로 바꾸면 된다.
숙박업소도 참여할 수 있다.
객실 예약 고객에게 셔틀 QR을 발급하고, 음식점·카페·체험시설 할인까지 묶으면 교통수단 하나가 관광상품이 된다.
서울 사람이 “거북섬은 차 없으면 불편해”라고 말하는 순간 관광 경쟁력은 떨어진다.
반대로“전철 내려 셔틀 타면 바로 바다야.”
이 한마디가 만들어져야 한다.
3. 셋째 — 높은 분양가와 임대료 문제, 생활숙박시설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거북섬의 가장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가 상가와 숙박시설의 공급과 수요가 충분히 맞물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최근에도 시흥시는 거북섬의 상가 공실과 지역경기 침체를 배경으로 창업박람회를 열어 신규 창업자·소상공인·프랜차이즈·상가 소유주를 연결하려는 시도를 했다.
그러나 창업자를 불러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장사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상권에서 임대료가 완성된 상권 수준이라면 새로운 가게가 들어오기 어렵다.
가격도 도시 활성화 전략의 일부다.
공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높은 임대료를 기다리는 것보다 일정 기간 과감한 임대료 조정, 렌트프리, 매출연동 임대료, 팝업스토어 계약 등을 활용해 먼저 불을 켜는 방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생활숙박시설은 더 세밀하게 바라봐야 한다.
생숙을 단순히 ‘분양상품’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숙박업으로 운영된다면 결국 ADR, OCC, RevPAR, GOPPAR, NOI로 평가받아야 한다.
객실이 수백 실 있어도 팔 상품이 똑같으면 가격경쟁만 벌어진다.
오션뷰 객실, 가족형 객실, 서핑룸, 반려동물룸, 워케이션룸, 장기체류룸, 파티룸 등으로 숙박상품을 세분화하고 여러 건물에 흩어진 객실이라도 합법적인 운영구조 안에서 전문 운영사가 브랜드·예약·하우스키핑·마케팅을 통합하는 방안들을 검토할 수 있다.
숙박시설을 부동산 분양의 결과물에서 관광산업의 생산설비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4. 넷째 — 홍대·연남동·성수동을 ‘베끼지 말고 배우자’
거북섬이 홍대가 될 수는 없다.
연남동도 아니고 성수동도 아니다.
하지만 세 지역에서 배울 것은 분명하다.
사람들은 홍대에 건물을 보러 가지 않는다.연남동에 도로를 보러 가지 않는다.성수동에 공장을 보러 가지 않는다.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분위기와 콘텐츠를 소비하러 간다.
거북섬도 마찬가지다.
대형 프랜차이즈를 차례로 채우는 것만으로는 목적형 상권이 되기 어렵다.
작은 카페, 수제맥주, 서핑숍, 편집숍, 해산물 바, 사진관, 공방, 빈티지숍, 반려동물 공간, 루프톱, 음악공연, 야시장, 플리마켓 같은 작은 콘텐츠가 섞여야 한다.
나는 특히 공실을 약점이 아니라 실험공간으로 이용하는 방식을 상상해 볼 만하다고 본다.
비어 있는 1층 상가를 청년 브랜드와 로컬 크리에이터에게 3개월, 6개월 단위로 저렴하게 제공한다. 매달 새로운 브랜드가 들어오게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뭐가 생겼나?’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온다.
성수의 힘은 건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등장한다는 기대감에 있다.
거북섬에도 그 기대감이 필요하다.
5. 다섯째 — 거북섬의 진짜 자산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
거북섬의 가장 큰 경쟁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앞으로 지어야 할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바다와 시화호, 낙조, 수변공간, 웨이브파크, 마리나, 해양레저, 넓은 보행공간, 숙박시설이다.
시화호 주변에는 오이도, 조력발전소, 대부도 등 연계 가능한 관광자원도 있다. 거북섬만 떼어놓고 경쟁시키지 말고 시화호 전체를 하나의 관광벨트로 봐야 한다.
낮에는 서핑하고,
해질 무렵에는 시화호를 걷고,
저녁에는 공연과 식사를 즐기고,
밤에는 오션뷰 객실에서 자고,
아침에는 브런치를 먹고 마리나를 걷는다.
이 동선이 만들어지면 비로소 숙박이 관광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도시 소비의 중심이 된다.
6. 결론 — 건물을 더 짓는 것보다 ‘머물 이유’를 더 지어야 한다
거북섬 문제를 이야기할 때 흔히 공실, 상가, 분양, 웨이브파크부터 이야기한다.
나는 질문을 바꾸고 싶다.
“사람들은 왜 거북섬에서 하룻밤을 자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면 숙박업이 살아나고, 숙박업이 살아나면 밤의 상권이 살아난다. 밤의 상권이 살아나면 음식점과 카페가 버티고 다시 새로운 콘텐츠가 들어온다.
거북섬은 천연자원이 부족한 도시가 아니다.
오히려 수도권에서 보기 드문 수변·해양레저·관광·문화·숙박 인프라를 한 지역에 모아 놓은 곳이다.
문제는 자원이 아니라 연결이다.
웨이브파크와 상권을 연결하고,지하철과 거북섬을 연결하고,숙박시설과 관광을 연결하고,공실과 새로운 창업자를 연결하고,낮의 방문객을 밤의 숙박객으로 연결해야 한다.
그리고 홍대의 젊음, 연남동의 골목, 성수동, 문래동의 콘텐츠 생산방식을 거북섬식으로 다시 해석해야 한다.
거북섬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거대한 시설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에게는 올 이유,상인에게는 버틸 수 있는 비용,숙박업자에게는 팔 수 있는 콘텐츠,관광객에게는 하룻밤 더 머물 이유가 필요하다.
그 네 가지가 연결되는 순간,거북섬은 더 이상 ‘만들다 만 신도시’가 아니다.
사람이 찾아오고, 머물고, 소비하고, 다시 찾아오는 도시.
그때 비로소 거북섬은 우리가 처음 기대했던 ‘꿈의 도시’에 가까워질 것이다.
우산 쓴 고양이 놀스테이nolstay (구, 모텔사랑) 숙박업 가치상승 전략가 이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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